subject 행복한 딸 키우기 10 가지 법칙
author 미랑 date 2003-11-17 hit 137 HIT

1.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도록 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자기 표현도 잘하고 당당한 것처럼 비쳐지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특히 성폭행을 당하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상담을 하러 오는 여학생들의 90%는 그런 상황에서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일을 당합니다.” 김 소장은 이렇게 극단적인 성폭력의 예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자세를 기르는 것은 자라면서 반드시 익혀야 될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물리적인 힘으로 보나, 사회 구성원 상으로 보나 소수에 속하는 여성에게 더 강조돼야 할 부분이다. “저는 두 딸들에게 엄마가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포기하지 말라고 해요. 너희들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논리를 세워서 엄마를 설득하라고 시키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주장하는 바가 정당하면 처음엔 안 된다고 했던 일도 나중에는 아이들 의견을 따라줘요. 작은 것부터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하면서 자신 있게 주장을 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겁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고르거나 옷을 살 때도 그는 두 딸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아무거나”라는 대답은 절대 사절이다. 그 역시 “그냥 엄마가 골라주는 대로 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2. 경제 개념은 어려서부터 익힌다.

김 소장은 아이들 용돈을 따로 주지 않는다. 대신 소소한 일거리를 만들어 아이들이 그 일을 해내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설거지 500원, 청소 1,000원 하는 식이에요. 집안일 중에 일부는 분담하는 것도 있지만 경제 개념을 생활에서 느낄 수 있도록 이런 가족 규칙을 정해 놓았죠. 아이들은 일한 만큼 돈을 벌고, 자신이 번 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사거나 은행에 저금을 하기도 해요.” 아이들이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돈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그가 선택한 방법이다. 요즘은 교육 지침서 중에도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 “어린이 경제 백과” “동화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 등 어려서부터 경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린 것이 돈 밝히면 되바라졌다고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은 거두어야 할 때다. 앞으로 더욱 급변할 미래 사회에서 경제에 대한 바른 가치관과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준비해야 된다는 것이 김 소장의 생각이다. 그리고 여자 역시 생산적 경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3. 여자도 자기 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른 것은 다 아이들 마음대로지만 그가 강요하는 한가지 생활철학이 있다. 바로 “여자도 반드시 일을 가져야 한다”는 것. “가사 노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의존하는 마음을 버리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자신만의 영역이 있어야 남녀간이건 가족 관계에서건 사랑에 쏟는 관심을 줄일 수도 있어요. 마치 여자는 사랑만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여자에겐 일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믿어요.” 김 소장의 큰딸 소담이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독립을 준비하다보니 자신의 능력과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도 일찌감치 찾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계획도 세웠다. 소담이의 꿈은 애니메이터가 되는 것. 그래서 고등학교 역시 애니메이터 전문고등학교로 진학하겠다고 한다.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무한정 사랑을 베푸는 것이 좋은 엄마고, 아내는 아니에요. 여자라는 차원을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선, 여자도 일이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임을 어려서부터 강조하지 않으면 안 돼요.”

4. 엄마가 성교육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는 금물.

그는 집에 일과 관련된 성교육 책들을 수시로 들고 간다. 소담이와 해담이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책을 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에게 물어가며 성에 대한 지식들을 쌓아간다. 원조교제나 동성애처럼 몰랐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해올 때도 있지만 회피하지 않는다. “딸에게 성에 대한 가장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은 엄마 아니겠어요? 엄마가 성교육을 소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면 아이들은 성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먼저 알게 되죠.” 청소년 시절 성관계를 갖는 대다수의 여학생들은 “남자친구가 원하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성에 대한 자신의 권리와 더불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자녀가 깨닫도록 하는 길은 아이가 물어오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고 다른 모든 현상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엄마의 자세가 중요하다.

5. 여자인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여라.

김 소장은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딸 해담이가 첫 생리를 시작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생리 파티'를 열어주었다. 생리란 이를 통해 처음으로 여성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여자에게 축복할 일임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한다. 해담이의 축하 파티에는 미처 생각을 못해 그냥 지나갔던 소담이를 위한 축하 케이크와 자신 역시 부모로부터 축하받지 못한 것을 만회하기 위한 케이크까지 세 개의 케이크가 나란히 놓였다. 여자라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여성임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가짐은 삶을 행복하게 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큰 요인 중 하나 아니겠어요? 여자라는 현실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여자가 무슨”, “여자니깐”, “어디 여자가” 등의 말은 하지 않고 여자라서 감사한 것들, 좋은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현명한 엄마다.

6. 남자는 경쟁 상대가 아니다.

"간혹 보면 여자아이를 강하게 키운다고 해서 어려서부터 남자아이 장난감만 사주고 옷도 남자처럼 입히는 엄마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여자로서 타고나는 천성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자세는 오히려 남자가 여자보다 월등하다는 사고방식을 심어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인간관계에서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남자는 여자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같이 인생을 살아갈 동반자예요.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남자와 여자의 조화를 인정하는 부모의 시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여자다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문제였던 거죠. 남자다워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 때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7. 집안일은 가족 모두가 분담한다.

부모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남녀에 대한 인생의 모델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부터 부부가 같이 노력해 남녀의 사회적 역할에는 차이가 없으며 서로 도우면서 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논리. 그러나 요즘 아빠들 역시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를 보고 자란 세대라 이론대로 하는 이가 드물다. 김 소장의 남편 이경용 씨(45)도 마찬가지다. “오랜 고정관념이 하루아침에 바뀌겠어요? 해도 안 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대신 집안일이 모두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을 바꾸려구요. 공동의 생활 공간인 만큼 각자에게 맡은 바 책임이 주어져야지요.” 가사 노동이나 작은 가족간의 의사결정이라도 가족 중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중심이 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김 소장은 노력한다.

8. 논리적인 사고, 대화를 통해 교육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김 소장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두 딸과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가 길어져 자정을 넘겨서야 설거지를 하는 날도 더러 있다. 이름하여 '밥상 수다'. 세 여자의 길고도 집요한 수다 시간이다. 하루 종일 서로가 밖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주는, 세 모녀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이다. 김 소장은 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수다라고는 하지만 단순한 수다는 아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만들어내고 의견을 묻는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정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지만 한가지 문제에 대해 이유를 묻고 과정을 설명하고 결과와 해결책을 찾아내면서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법이나 요령 있게 말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지요.” 아이들은 따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은 적은 없지만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쓴다. 생활 속에서 그리고 어른과의 잦은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사고력도 향상되고 부모에게 더 많은 애착도 가진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법부터 시작해 청소년들이 요즘 고민하는 문제, 서로 다른 생각들을 서로 공유하고 반박하면서 김 소장은 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을 마음으로 느낀다.

9. 체벌은 하지 않는다.

김 소장은 어릴 때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구타하는 광경을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다른 것은 다 용서가 돼도 여자를 때리는 남자만큼은 참지 못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때리는 부모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번은 정말 화가 나서 효자손으로 아이의 손바닥을 때린 적이 있어요. 그때 큰딸이 어설프게 때리는 저를 보며 제대로 맞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대요. 서투르기도 하지만 체벌 없이도 교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어요.” 체벌에 대해 김 소장은 냉정하다. 체벌을 하기 전에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하면 얼마든지 아이의 잘못을 뉘우치게 할 수 있다는 주의다. 맞고 자란 아이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폭력에 길들여지게 되고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에 물든다. 가끔 실수로 아이들을 툭 치면 딸들은 대뜸 “왜 때려요”라고 싫은 표정을 짓는다. 김 소장은 그럴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모든 아이들은 귀한 사람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10. 진정한 친구 같은 엄마.

얼마 전 김 소장은 두 딸과 윤도현 밴드의 록 콘서트에 다녀왔다. 김 소장은 두 딸에게 콘서트 관람을 위한 휘황찬란한 반지며, 늘어지는 귀고리, 힙합 바지까지 선물했고, 콘서트장에서는 딸들보다 더 신나게 놀았다. 소담이와 해담이는 그런 엄마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고 한다. “교육학자 중에는 친구 같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요. 그러나 제가 말하는 친구란 동급의 관계가 아니에요. 칠순의 노인과 어린 꼬마도 친구가 될 수 있듯이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자는 거지요.” 상담소를 찾아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에게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도움을 받고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아니라면 부모의 존재는 유명무실. 친구 같은 엄마가 되지 않으면 딸이 힘든 고비를 넘길 때 도움을 줄 수 없다. “딸들에게 너희들은 엄마가 친구처럼 느껴지고, 모든 일을 상의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다행히 그렇다고 하더군요. 자녀를 이해하고 힘들 때 용기를 북돋워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딸들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역시 엄마잖아요.”


-내일여성센터 김영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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