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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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를 사랑하는 촛대가 있었어요. 그 촛대는, 몇 일이건 몇 시간이건 꼿꼿하게 서서 초의 몸을 받쳐주고 있었어요. 초가 흘리는 눈물도 다 받아주며 초가 쓰러지지 않도록 밑에서 사랑하는 초를 위해 그렇게 밤새 서 있었어요. 하지만 그 초는, 심지를 사랑했어요. 온몸으로 심지를 감싸고서 자기가 가장 무서워하는 불이 자기 몸을 다 녹여도 끝까지 심지를 꼬옥 안아주고 있었어요. 초는 계속 울고 있었지만 정말로 심지를 사랑했으니까요. 하지만 심지는 불꽃을 사랑했어요. 그 하얗던 살갗이 다 타서 까맣게 되어도 심지는 불꽃을 위해 온몸을 던졌어요. 머지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걸 알지만 심지는 불꽃을 위해서라면 전혀 슬프지 않았어요. 하지만 불꽃은 한 여자를 사랑했어요. 여자는 어둠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불꽃은 그녀를 위해 어둠을 환히 밝혀주고 싶었어요. 바람이 시비를 걸었지만 휘청휘청 가녀리게 떨리며 잘 버티고 있었어요. 언젠가는 그녀가 자기를 후~ 불어서 꺼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하지만 그녀는 한 남자를 사랑했어요. 밤이 깊었지만 그의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지금 그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이런저런 많은 말들을 끄적이고 눈물자국으로 수도 놓지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해' 라는 말이죠.. 그 한마디를 하지 못해.. 벌써 초 하나가 다 탈동안 썼다 지웠다 섰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네요.. 그녀는... 정말로 그를.. 사랑하고.. 있거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