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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금발이 너무해 (Legally Blonde)

장르
코미디
국가 / 연도
미국 2001
감독
배우
내 점수
0
외부 점수
8.69
종합 점수
8.69
조회수
93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차 버렸다
난 그런 꼴 못보지...

엘르 우즈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금발의 소유자이다. 학교에서 남자는 물론 같은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인 그녀는 장학생이며, 캠퍼스 캘린더의 모델이기도 하다. 거기에 하버드 법대에 다니는 남자 친구 워너가 있어 그야말로 남부러울게 없는 짜릿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자 친구 워너가 특별한 저녁을 함께 하자고 요청한 자리에서 워너는 그녀에게 자신은 미래 지향적인 여자를 원한다며 "지나치게 금발(too blonde)"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한다. 엘르는 비탄에 잠긴다. 하지만 오기가 생긴 엘르, 그녀는 자신은 그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결심한다.

그리곤 워너가 다니는 하버드 법대에 들어갈 것을 결심하게 되는데...

Legally Blonde :
영화 속의 리걸리 블론드(Legally Blonde)란 뜻은 법을 알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지닌 똑똑한 여성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됨.

영화 <금발이 너무해>는 금발과 갈색머리,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어떤 종류의 비웃음에도 현명함과 태연함으로 학업에 매진하면서 엘르라는 여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개척해 나가는 "멍청한 금발(too blond)"의 전형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

<리걸리 블론드>라는 원제가 <금발이 너무해>라는 제목으로 바뀐것이 너무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 의외로 이 제목은 잘 어울린다. 정말 영화 속의 모든 설정들이 너무하기 짝이 없으니까 말이다. 좀 더 정확히는 <리걸리 블론드란 영화가 너무해>겠지만.

<금발은 너무해>의 설정은 어찌보면 그럴듯 하다. 뚱뚱하거나 못생긴 여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신세 한탄이나 실연이 금발 미인인 우리의 주인공 리즈 위더스푼의 몫이니까. 그리고 단지 금발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인 노리개 취급을 당하거나 평가 저하되는 사회 통념까지도 (아주 아주 가볍게) 찌르고 있으니 의식도 갖춘 영화가 아닌가. 하지만 이런 것들은 <금발이 너무해>란 영화의 극히 일부분일 뿐. 영화는 위의 무거운 주제들을 잔뜩 깔아 놓고는 아주 간단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좀 더 삐딱하게 나가자면, 금발 미인인 리즈 위더스푼은 쭉쭉빵빵에 똑똑한 데다가 착하기까지 한 것이다. 반면 그녀의 상대역이랄 수 있는 블루넷(검은 머리에 갈색 눈) 셀마 블레어는 법대에 들어갈 정도로 수재일지는 모르지만 보통 인간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헛똑똑이인데다가 블론드는 멍청하다고 단정짓고 깔아 뭉개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블론드 미인들을 질투하는 무서운 선입견의 소유자다. 결국 블론드 미인들의 피해의식에 대해 풍자하는데 정신이 팔린 건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스테레오 타입화된 인간들로 가득하다는게 <금발이 너무해>란 영화의 가장 큰 헛점이라는 말이다.

또한 약간은 사견이고 약간은 일반적인 의견이기도 한 주인공 리즈 위더스푼에 대한 평판도 <금발이 너무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즉 이왕 블론드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그릴 거였다면 좀 더 늘씬하고 좀 더 멍청해 보이는 배우를 캐스팅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을 연기하는 리즈 위더스푼은 분명 금발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키가 크거나 눈이 돌아갈 정도로 끝내주는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녀는 똑똑하다는 게 가장 큰 캐스팅 미스다. 일련의 리즈 위더스푼 영화를 살펴볼라 치면 완전히 맛가는 <프리 웨이>를 비롯하여 <러브! 퀵>과 최근의 <일렉션>까지, 가장 노말하게 나왔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을 제외하면 그녀는 눈돌아가게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가 아니라 눈돌아가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역시 선입견의 문제지만 이미 똑똑한 금발이라는 딱지가 리즈 위더스푼에게 붙어있는 터에 엘 우즈 같은 역할은 그녀에겐 최악이다. 왜냐면 어울리지 않는 역할임에도 그녀는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어떻해서든 자기것으로 만들어 냈고 그래서 어딘가 언발란스한 캐릭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극단적인 비교를 하자면 그녀가 출연했던 <일렉션>의 완전히 반대랄까. <일렉션>에서의 리즈 위더스푼은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으나 학우들에게 왕따당하고 심지어는 선생님마저 그녀를 기피하지 않았던가.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도 마찬가지. 일부에서는 그녀를 받들고 추앙하지만 다수의 앞에 서면 그녀는 싸구려 금발, 멍청이라는 일반론에 휩싸여 왕따 당하거나 남자들의 추파나 받고 일부 학우들에겐 역시 왕따를 당하며, 교수조차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워달라고 하지 않는가. (두 영화 모두 리즈 위더스푼이 성공하는 걸로 끝난다)

결국 <금발이 너무해>는 리즈 위더스푼이란 배우 없이는 그냥 보통 코미디 영화가 될 것이었는데, 그녀가 출연함으로서 가벼운 영화가 제법 볼 만한 영화가 되버렸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불협화음처럼 느껴지는 것은 리즈 위더스푼이 너무 연기를 잘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잘하는 것도 이렇게 해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영화 속에서 워너가 엘 우즈를 '너무 블론드하다'라며 차버린 것처럼 .

p.s.
...
비슷한 영화로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란 영화가 있다. 역시 여자들을 딱 두 가지 인간형으로 나누어 적나라하게 각각의 인간형에 대한 선입견을 보여주는데, 둘 다 비슷하게 코미디지만 <금발이 너무해> 보다는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 조금, 아주 조금은 위인 것 같다.
...
리즈 위더스푼의 진가를 알아보는 선배를 연기한 배우는 루크 윌슨. 언제나 조용하게 나와서 흐리멍텅한 캐릭터를 가지고 자신보다 기가 쎈 여자 주인공의 뒤를 봐주는 남자로 출연하곤 하는 루크 윌슨은 프랑스 배우 장 위그 앙글라드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킨다. 색깔이나 개성이 너무 연한 게 탈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