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ARCHIVE

cinema

아비정전 (阿飛正傳 , Days Of Being Wild)

장르
드라마
국가 / 연도
홍콩 1990
감독
왕가위
배우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내 점수
0
외부 점수
8.62
종합 점수
8.62
조회수
94
"1960년 4월 16일, 우리가 함께 있었던 1분을 잊지 않겠다."

아비는 체육관 매표원 수리진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아비는 이미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계속해서 그녀를 찾아온다. 결국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길 원하지만 구속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비는 결혼을 원치 않는다. 수리진은 결혼을 거절하는 냉정한 그를 떠난다.

아비는 계모와 놀아나는 제비족에게서 어머니의 귀고리를 뺏고 화장실에서 그를 흠씬 팬다. 이를 지켜보던 루루는 아비가 놓고간 귀고리를 줍는다. 루루는 귀고리를 매개로 그와 밤을 보내고 그에게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그러나 아비는 여전히 무관심하다.

한편, 수리진은 빗 속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관을 만난다. 경찰관은 아비를 찾아가 수리진이 기다린다는 말을 전해주지만 아비는 여전히 냉정하다. 외로운 수리진은 경찰관에게 넋두리를 해대고 이제는 경찰관이 매일 수리진의 전화를 기다린다.

아비는 루루와 수리진을 뒤로 한 채 생모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는 생모를 만나지 못하고, 선원이 되어 필리핀에 온 경찰관은 길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아비를 만나는데...

++

상대의 등만 바라보는, 절망적인 사랑을 하는 주인공들이 줄줄이 나오는 왕가위 영화. 계모 밑에서 자란 퇴폐적이며 음울한 분위기의 남자 아비가 친어머니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1997년 중국 반환 이전의 불안했던 홍콩의 정체성이 묻어난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시대적 감흥을 잊고 지켜봐도 필시 그 끈적끈적하고 한없이 고독한 아비의 내면에 깊이 공감할 만한 영화이다. 그리고 장국영이 추는 절묘한 맘모춤은 영화 본 이들이라면 한번씩 지적하는 장면. 또한 글래머의 섹시한 배우 유가령과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장학우,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잊지 못하는 여인 장만옥과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던 유덕화 등등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또한 "1분간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으므로 그 시간은 영원하다"는 명대사로 여인을 꼬시는 장면도 오래 기억된다. 무자비한 폭력이나 황당한 웃음을 거부하는 진지함으로 홍콩영화를 재평가하게 만들 영화이다. 왕가위 감독은 빠른 쇼트나 슬로우 모션(느린 동작)을 쓴 과장수법을 철저히 배제하고, 카메라를 고정시켜 후덥지근한 아열대 기후로 땀이 축축하게 배인 인물들의 고독과 상실을 전한다. 물론 극적인 장면에서 슬로우 모션은 가끔 등장한다. 가령, 자신이 아들임을 부인당하자, 어머니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며 걸어가는 아비의 뒷모습을 한없이 길게 잡은 장면은 명장명이다. 끝난 후에도 녹음을 가로지르는 기차를 감싸 안은 배경음악이 환청처럼 귓전을 울린다. 왕가위의 두번째 연출작.